5월 마지막 주말 3일 연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현황을 보니 치밭목 대피소가 예약 가능한 걸로 나온다.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1박 2일로 대원사 유평리를 들머리로 대피소까지 다녀오면 되겠다 했는데, 2박 3일 욕심이 생겨 다음날인 일요일자 세석대피소 대기자로 올렸는데 다음 날, 예약이 가능한 걸로 문자가 날아왔다. 바로 예약과 결재를 해버렸다.
음~ 2박 3일이면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하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예전에 인도에서 구입을 한 45리터 배낭으로는 부족하다. 해서 이번 기회에 백팩킹용 배낭을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배낭가게를 찾았다.
이곳저곳 탐문을 하면서 배낭을 고르고 있는데 어느 가게 점원이 백팩킹용 배낭은 제대로 구입을 해야 한단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하중을 분산시켜 등산에 많은 도움을 주는 도이터(Deuter) 매장을 추천해 주었다.
울산에 위치한 도이터 매장을 찾았다. 주인장께서 어떤 메이커를 보고 왔냐고 묻는다. 블랙야크 배낭이 좋아 보인다고 하니 어디.. 도이터를 블랙야크와 비교하냐고 핀잔을 주신다. 125년 이상이 된 독일의 유명 배낭 회사란다.
일단 한번 착용을 해 보란다. 상품은 Deuter사의 Air contact core 70+10 배낭이다. 전문가용 배낭이다.
착용을 해보니 끝내준다. 예전에 내가 사용하던 배낭과는 차원이 다르다. 요즘 대형 배낭은 골반쪽에 무게를 가게 하여 어깨의 무게감을 덜어주고 있었다.
이미 착용감을 알아버렸으니 바로 질러버렸다. 거금 40만 원이다. 자주 백패킹을 다녀야겠다는 마음으로,
2박 3일의 장비(침낭, 여벌옷, 비화식 식량,..)와 카메라 장비(카메라, 삼각대, 충전기, 고프로 등 등)를 모두 새 배낭에 채웠다. 무게가 17kg가 넘는다.
배낭이 좋으니 무게감이 괜찮아 보였다. 이정도면 지리산 천왕봉은 가능할 것 같았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일찍 울산에서 출발하여 유평리 윗새재마을에 10시 전 도착을 했다.
오늘 탐방코스는 역시 계곡코스다. 원래는 새재마을에서 치밭목대피소로 가는 약 5km의 오르막 코스지만 나의 산행 주목적인 풍경사진 촬영이 목적이기 때문에 계곡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입구 새재다리에서 보는 유평계곡이 나를 유혹한다. 계곡을 타고 사진촬영을 하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면 일몰 이전에 충분히 대피소에 도착할 것 같았다. 일몰시간이 19:30분이니 약 9시간 안에는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배낭의 무게가 점점 더 양다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역시 어깨의 무게감은 없는데 전체적인 무게감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니까 내 몸 어딘가는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비탐방코스라서 제대로 된 등산로가 아니었다. 홍수에 사라진 길, 산죽으로 뒤덮여 있어 제대로 나갈 수가 없다. 이 상황에 계곡의 모습은 왜 이리도 멋진지. 촬영으로 인한 속도가 나질 않는다.
일단 배낭의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2일 치의 간식거리인 바나나와 삶은 계란을 우선 먹어치웠다. 체력안배를 위해서라도 먹어둬야겠다 싶었다.
어느덧 계곡의 끝자리에 도착을 했다. 벌써 18:00가 넘었다. 이미 인터넷은 불통으로 카카오지도, 네이버지도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는 wikiloc 앱의 GPS는 아직 살아있어 개략적인 방향은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약 1km 오르막 구간만 남았다. 일몰시간까지는 1시간 반이 남았다. 아슬아슬하게 일몰 전에 대피소에 도착 가능 할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길이 아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 옛길이 사라지길 반복한다.
배낭의 무게감은 더욱더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다리에 경련이 시작되었다. 마비가 오기 시작한다.
휴대폰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와 있다. 대피소에서 온 전화였다. 다행히 통화가 되었다.
왜 도착을 안 하느냐고 묻는다. 아직 가고 있다고 했다. 돌아가라고 한다. 지금 돌아가는 게 더 어렵다고 답 했다.
낙오할 것 같았기에 지금 비탐방코스인 조개골을 벗어나 대피소 방뱡으로 오르고 있다고 했다.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데 비탐방지역이라 위치 표지판이 없어서 wikiloc 앱에 있는 지도를 스캔하여 메신저로 송부했다. 조언을 부탁한다고...
비탐지역이라 범칙금을 물어야 한단다.
오후 7시반이 넘어 이곳 깊은 산속에는 어둠이 내려와 렌턴을 켰다.
멀리서 대피소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오르고 또 오르는데 아뿔싸 길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길 같은 길이 보이질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불빛 방향으로 가보자. 숲을 헤치면서 가는데 종아리에 마비가 심해진다. 쉼을 반복하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어라 눈앞에 출입금지 울타리가 보인다. 다 왔구나 하고 주저 않아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대피소 직원 2명이 나를 구조하기 위해 앞으로 오고 있었다.
직원이 내 가방을 들어준다. 배낭이 무겁네요. 일단 좀 쉬시고 범칙금을 물어야 하니 접수처로 오라고 한다.
어쩔 수가 없다. 싼걸로 하나 끊어 달라고 했다. 10만 원짜리로 끊어준단다.(나중에 20만 원이 날아왔다, 사전납부 시 20% 감경)
대피소에 도착하니 실내 침상에 히터를 넣어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낭을 뺄걸...
대피소 앞 벤치에 않아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 나이에 백팩킹을 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게인데, 아무리 줄여도 15kg은 될 텐데, 카메라 장비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무리일 것 같다.
산에서는 자만심을 버려야만 한다. 내 체력도 믿지 말고, 무게도 내려놓고 가벼운 배낭으로 가볍게 산행을 즐기는 게 상책이다.
건강을 위한 길이다.
https://www.wikiloc.com/hiking-trails/jirisan-135911390
Jirisan
Jirisan Hiking trail in Oegogae, Gyeongsangnam-do (South Korea). Download its GPS track and follow the itinerary on a map. 지리산 조개골 ~ 치밭목대피소
www.wikiloc.com
총 이동 거리: 7.54km
최고 고도: 1,431m
총 이동 시간: 9시간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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